일본에서 살아가는 한인들의 그림자 ― 불법 고용과 임금 체불의 현실
컨텐츠 정보
- 14 조회
- 0 추천
- 0 비추천
- 목록
본문
일본에서 살아가는 많은 한인들은 다양한 이유로 이 땅을 밟습니다. 유학을 위해, 취업을 위해, 혹은 새로운 삶의 기회를 찾아 낯선 땅에 정착하게 되죠. 그러나 그 꿈이 모두 아름답게 실현되는 건 아닙니다. 특히 일본 내에서 불법 고용과 임금 체불 문제는 지금도 많은 한인들을 힘들게 하고 있는, 말하자면 ‘보이지 않는 그림자’ 같은 존재입니다.
저 역시 몇 년 전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일본에 왔을 때, 언어가 부족하고 일본 사회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았던 탓에 "괜찮다"는 말만 믿고 일자리를 구했습니다. 그곳은 겉으로는 한인 운영 가게였고, 초반에는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계약서도 없이 시작된 근무는 곧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습니다.
일한 시간보다 적게 나오는 월급, 잦은 임시휴무, 사장이 바뀌고도 이어지는 “다음 달에 줄게”라는 말. 결국 몇 달 치 임금을 받지 못한 채 그 일을 그만두게 되었고, 어디에 하소연해야 할지조차 몰랐습니다. 신고하자니 비자 문제가 걸리고, 법적으로 따져보자니 언어 장벽에 막히고, 주변에서는 “그냥 참고 다른 데 가라”는 말뿐이었습니다.
이런 일은 저만 겪은 게 아니었습니다. 주변의 한인 유학생, 워킹홀리데이 친구들 중에는 일본 내 한인 운영 업소에서 임금을 떼인 경우가 꽤 있었습니다. 특히 일식집이나 카페, 청소업체, 간병, 마사지 업소 등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체류 신분이 불안정하거나 일본어가 서툰 점을 악용해 불법 고용 상태로 계속 묶어두는 경우도 많습니다.
문제는 피해자들이 신고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체류 자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두려움, 일본 내에서 법적 절차를 밟는 것에 대한 복잡함, 그리고 가장 근본적으로는 ‘이 일을 나 혼자 해결할 수 없다’는 무력감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같은 한국 사람에게서 피해를 입었는데, 같은 민족이라는 이유로 오히려 비판을 자제해야 한다는 분위기까지 생기기도 합니다.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선 몇 가지 변화가 필요합니다. 우선, 일본 내 체류 중인 한인들이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알고, 이를 행사할 수 있도록 돕는 정보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언어 지원이 포함된 노동 상담 창구, 불법 고용・임금 체불에 대한 신속한 대응 체계, 그리고 무엇보다 피해자가 보호받을 수 있다는 신뢰가 구축되어야 합니다.
또한 한인 커뮤니티 내부에서도 더 이상 침묵하거나 방관해서는 안 됩니다.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문화를 공유한다고 해서 불법을 눈감아주는 건 오히려 더 큰 문제를 키우는 일입니다. 정당한 고용, 정당한 임금 지급은 모든 사업체의 기본입니다.
마지막으로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출입국관리국 등도 이러한 상황에 대해 인식하고, 특히 외국인 노동자들이 불이익 없이 상담받고 보호받을 수 있는 실질적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시점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한밤중 주방에서, 청소 현장에서, 간병센터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을 겁니다. 그들의 수고가 정당하게 대우받는 세상이 오기를, 더 이상 이민자의 삶이 눈물로 점철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