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집을 구하며 겪은 한인 대상 부동산 사기와 보증금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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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나는, 낯선 땅에서의 첫 보금자리를 구하기 위해 인터넷과 커뮤니티를 뒤지기 시작했다. 일본어가 서툰 탓에 자연스럽게 한인 커뮤니티에 의존하게 되었고, "한국인 상담 가능", "입주 간편", "보증금 최소"라는 말에 마음이 끌렸다. 그렇게 나는 한 한인 부동산 중개업자를 통해 도쿄 외곽의 원룸을 소개받았다.
처음 만났을 때 그는 굉장히 친절했다. 일본 생활은 어떤지, 일은 잘 구했는지 물으며 마치 친한 형처럼 대해주었다. 일본의 복잡한 계약 시스템과 용어도 나 대신 알아서 다 처리해주겠다고 했고, 나는 그 말에 안심했다. 계약은 빠르게 진행되었고, 입주 전 보증금과 각종 수수료로 약 25만 엔을 현금으로 송금했다.
문제는 입주하고 난 뒤부터 시작되었다. 집 상태는 처음 들은 것과 전혀 달랐다. 곰팡이가 피어 있는 욕실, 수리되지 않은 문, 이상한 냄새가 나는 배수구. 문제를 지적하자 그는 "일본에서는 다 이런 수준이다", "신경 쓰지 마라"고 얼버무렸다. 그래도 이사를 다시 하긴 부담스러워 참고 살기로 했다.
그런데 퇴거할 즈음, 그는 보증금에서 '청소비', '수리비', '관리비' 명목으로 거의 전액을 차감하겠다고 통보해왔다. 명세서도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고, 내가 항의하자 "그럼 법적 절차를 밟겠다"며 오히려 협박성 발언까지 했다. 법적 절차를 밟자고는 했지만, 일본어도 법도 잘 모르는 나로서는 그 말 자체가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알고 보니 나뿐만이 아니었다. 커뮤니티를 살펴보니, 같은 부동산을 통해 계약한 다른 한인들도 비슷한 피해를 겪었다는 글이 여럿 보였다. 어떤 이는 아예 입주도 못하고 계약금만 날렸다고 했고, 어떤 이는 퇴거 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귀국했다고 했다.
그제야 깨달았다. 일본 내 일부 한인 중개업자는, 같은 한국말을 쓰는 사람이라는 점을 이용해 믿음을 준 뒤, 일본 내 제도적 헛점을 이용해 교민을 대상으로 한 '편한 사기'를 저지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 사건을 겪고 난 뒤, 나는 부동산 계약 전 반드시 정식 라이선스를 확인하고, 서류는 가능하면 일본인 보증인이나 제3자를 통해 검토받고, 가능하면 부동산 후불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절감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같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믿어서는 안 된다는 점도 뼈저리게 느꼈다.
이 글이 같은 상황에 놓인 누군가에게는 작은 경고가 되었으면 좋겠다. 외국이라는 낯선 환경 속에서, 신뢰를 악용하는 사람들에 의해 마음까지 다치지 않도록—조금은 더 차갑고 조심스러운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