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직으로 시작한 일본생활, 정사원 전환을 앞두고 마주한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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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봄, 저는 일본에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했습니다.
말도 문화도 다른 이국에서, 한 회사의 3개월 계약직으로 일하게 되었고, "3개월 후 정사원으로 전환"이라는 말을 믿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일본이라는 사회가 워낙 보수적이고, 고용 안정성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설렘보다는 긴장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텨왔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3개월, 결코 쉬운 시간은 아니었습니다.
일에 적응하는 건 물론이고, 동료들과의 관계, 업무 이해, 언어 장벽까지… 모든 것이 버거웠지만, “정사원이 되면 안정되겠지”라는 희망 하나로 버텼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 5월 1일. 회사와의 면담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회사는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사원 전환은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닙니다. 내부적으로 여러 판단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솔직히 말해 숨이 턱 막혔습니다.
그동안의 고생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느낌이었고, 제가 믿고 따랐던 약속이 모래처럼 흩어지는 듯했습니다.
비자는 이미 신청, 그런데 만료일은 눈앞
현재 제 비자는 5월 8일 만료 예정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미 회사와 협조하여 비자 갱신 신청을 완료한 상태입니다. 즉, 신청은 들어간 상황이고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일본의 출입국관리국(入管) 시스템상, 비자 갱신 신청을 마쳤다면 ‘심사 중’이라는 상태로 합법적인 체류가 가능합니다.
이걸 일본어로 **「在留期間更新許可申請中の特例」**라고 합니다.
기존 비자 만료일이 지나더라도, 심사 중이라는 이유로 최대 2개월간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고, 동일 조건의 업무 활동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겁니다.
신청한 비자는 '취업비자(기술・인문지식・국제업무 등)'인데, 이건 회사 소속으로 업무를 계속 수행하고 있어야 유효합니다. 만약 회사가 고용을 종료하거나, 정사원 전환 없이 계약도 끝나버리면, 저는 ‘소속 없음’ 상태가 되어 비자 요건 자체가 무너지게 됩니다.
이럴 때 회사는 책임이 없을까?
물론 일본은 계약 사회입니다.
‘정사원 전환 예정’이라고 했더라도, 계약서에 명시된 내용이 아니라면 법적으로 강제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회사 역시 비자 갱신에 협조해 주었고, 그것이 곧 ‘당분간 고용을 유지하겠다’는 암묵적 의사 표현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계약 당시 정사원 전환을 조건으로 근무를 시작했다면, 이를 말뿐만 아니라 이메일, 메신저 기록, 면접 시 메모 등으로 증명할 수 있다면, 어느 정도 도의적 책임을 물을 수는 있습니다.
현실적인 해결 방안 –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들
지금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회사와 대화를 통한 서면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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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사원 전환을 조건으로 근무를 시작했다"는 점에 대해, 회사 측의 입장을 서면으로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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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 업무관리 시스템, 채팅 대화 등 기록이 남아 있는지 확인하고 저장해 두어야 합니다.
2. 비자 유지를 위한 고용 지속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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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사원이 아니더라도 계약직 유지가 가능한지 회사에 요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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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 비자 심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고용 상태 유지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하게 어필해야 합니다.
3. 구직 활동 즉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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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비자는 아직 유효하므로, 빠르게 새로운 고용처를 찾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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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내 구인구직 사이트(일본어: リクナビ、マイナビ, 한국어 가능: 코리아 포스트 등)를 적극 활용하고, 가능하다면 한국계 회사나 외국인 채용 비율이 높은 곳에 지원하세요.
4. 전문가 상담 (행정서사・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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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는 외국인의 체류 문제나 고용 문제를 다루는 **행정서사(行政書士)**나 노동 법률 전문가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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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하다면 이들의 도움을 받아, 체류 자격 변경(예: 단기 체류, 혹은 다른 자격으로의 전환)을 검토해볼 수 있습니다.
회사가 협조해줘야 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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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종료 시점 명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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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증명서 및 활동내용에 대한 증명서 발급
→ 이것은 새로운 비자 신청이나 직장 이동에 중요한 서류입니다.
나의 현실, 그리고 앞으로의 다짐
지금의 상황은 솔직히 불안하고, 외롭고, 억울한 감정도 듭니다.
하지만 일본 사회에서, 외국인으로서의 삶은 늘 예측 불가능한 변수와 마주합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감정에 휩쓸리기보다는 현실적인 판단과 빠른 실행력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놓치지 않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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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와의 대화는 문서로 정리해 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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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직장을 찾기 위한 이력서를 다시 정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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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경우 전문가의 상담도 받아볼 것입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불안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을 지나면, 분명 더 강해진 나를 마주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도움이 필요하신 분께
혹시 저처럼 일본에서 계약직으로 시작했지만 정사원 전환이 무산되거나, 비자 문제로 고민 중인 분이 있다면, 언제든 공유하고 싶습니다.
정보도, 위로도, 현실적인 조언도 함께 나누면 분명 힘이 될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