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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체류한 대가? — 건강보험과 연금, 탈퇴해도 돌아오지 않는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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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몇 년간 유학생으로 지내고, 아르바이트도 하고, 어느 정도 일본어도 익숙해졌을 무렵이었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마무리할 행정 처리들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재류카드 반납, 집 계약 해지, 통장 정리… 그리고 가장 난감했던 건 바로 건강보험과 연금 탈퇴 문제였다.

일본에 거주하면서 외국인도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국민건강보험과 국민연금. 물론 제도 자체의 취지는 이해한다. 사회구성원의 일원으로서 응당 부담해야 할 몫이라는 점도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하지만 "잠시 머물다 돌아가는 사람에게도 동일한 부담을 지우고, 정작 돌아갈 땐 그에 대한 보상은 거의 없는 구조"는 정말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특히 연금은 억울했다. 유학생 때부터 편의점과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꾸준히 원천징수되던 연금. 당시에는 자세히 몰랐지만, 매달 적지 않은 금액이 연금이라는 명목으로 빠져나가고 있었고, 직장에 다니게 되면서는 두 배 가까운 금액이 고스란히 공제되기 시작했다. 그 땐 단순히 "언젠가 환급되겠지"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일본에서 연금 환급(탈퇴 일시금)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은 1년 이상 보험료를 납부하고, 10년 이상 체류하지 않아야 하며, 탈퇴 후 2년 내에 청구해야 한다는 까다로운 조건들이 따라붙는다. 환급 대상이 되더라도, 내가 낸 금액의 일부만 받을 수 있으며, 그나마도 원천징수세 20.42%가 떼이고 들어오는 구조다. 심지어 건강보험은 아예 환급 제도 자체가 없다. 1년을 살든 3년을 살든, 월세처럼 납부한 보험료는 돌려받을 수 있는 길이 없다.

이런 구조를 처음 알게 된 순간, 나는 깊은 허탈감에 빠졌다. 분명히 내가 병원 한두 번 가는 걸 제외하고는 거의 쓴 적이 없는 보험인데, 매달 수만 엔씩 납부해왔던 건 도대체 뭐였을까? 결국 일본 정부는 나처럼 단기 체류 후 귀국하는 외국인들의 보험료와 연금을 사실상 '몰수'하는 구조를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셈이었다.

일본 생활을 돌아보면 감사한 것도 많다. 좋은 친구도 만났고, 나름 소중한 경험도 쌓았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이런 금전적 손해와 불합리함을 느낀다는 건, 아무리 긍정적으로 포장하려 해도 씁쓸함이 가시지 않았다.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일본에서의 사회보험 납부 내역을 반드시 확인하고, 연금 환급 청구서를 일본 연금기구에 제출해야 한다. 단, 신청을 놓치거나 요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모든 납부 금액은 사라진다.

가능하다면 출국 전에 일본 현지 회계사나 한인 상담센터의 도움을 받아 정확한 절차를 확인하고, 환급 가능한 금액이 있는지 계산해보자. 건강보험은 환급이 없으니 아쉬워도 그 부분은 '일본 체류세'처럼 체념해야 할지도 모른다.


 

일본에 있는 동안 우리는 법을 지키며 성실히 살아왔고, 세금도 착실히 냈다. 하지만 정작 그 세금을 돌려받는 일은 그리 녹록지 않다.
그저, 다음 세대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우리가 겪은 이야기를 꾸준히 공유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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